"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 이사를 많이 다니다가 처음 정착한 곳이 목동이었어요. 그러니깐 13년 이상을 목동에서 보냈네요. 몇 년 전 직장 때문에 혼자 지방에 내려가서 지내고 있는데,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 설움 때문인지 목동이 더 생각나고 그래요."


  "사실 학생 때는 목동이 답답하게 느껴졌었어요. 조금만 돌아다녀도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고 혹시나 아는 어른 마주칠까 봐 항상 주위 의식하게 되었죠. 주말 아침에 카페 가서 과제를 하고 있어도 초등학생도 안 되어 보이는 자녀를 데리고 나와 공부를 시키는 학부모 분들을 보면 제가 다 스트레스 받았죠. 사실 목동이 조금 보수적이고 학구열이 높은 동네로 유명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곳에서 혼자 지내다보니 점점 목동이, 양천구가 그립더라고요. 늦은 밤 무방비로 돌아다녀도 아무 일도 없을 것만 같은 기분도, 날씨 풀리면 푸른 나무로 덮이는 광경도 많이 생각나요. 개인적으로 어딜 가도 양천구처럼 '집다운 집'이 없다고 생각해요.”


  “양천구가 더 생각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에피소드 하나가 있는데요. 저의 흑역사라서 이야기하기 민망하지만, 양천구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이야기할게요. 대학생 때, 여자친구와 헤어진 동네 친구를 위로해주려다가 신촌에서 제가 술에 취해 뻗은 적이 있어요.


  친구 역시 술이 많이 취했지만 제 상태가 더 안 좋아서 부축을 받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옆 테이블에 있던 여성 두 분이 오셔서 친구를 추궁했대요. 아마도 저한테 해코지하려는 사람인줄 아셨던 거겠죠. 친구가 상황을 설명하자, 본인들도 양천구 사는 대학생이라고 하시면서 만신창이가 된 제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저희 부모님이 데리러 오실 때까지 한 시간 가까이 같이 기다려주셨다고 합니다. 그 중 간호학과 학생이었던 한 분은 제 맥박을 집으시며 계속 상태 체크도 해주셨고요.


  기다리는 동안 제 동네 친구는 만취한 와중에도 저의 이미지를 지켜주겠다는 일념으로 '얘 원래 이런 애 아니에요…' 라면서 횡설수설하였는데, 사실 그 분들이 보시기에 저나 친구나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요. 그런데 그 분들이 '알아요, 목동 사람들 원래 다 착하잖아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저와 제 친구를 안심시켜주었습니다. 당시엔 별 생각이 안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양천구는 분명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좋은 동네라고 생각해요. 저는 나중에라도 발령 다시 나면 꼭 양천구에서 살고 싶어요.”



'Humans of Yangche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Humans of Yangcheon #17  (0) 2018.02.25
Humans of Yangcheon #15  (0) 2017.11.08
Humans of Yangcheon #14  (0) 2017.07.31
Humans of Yangcheon #13  (0) 2017.06.01
Humans of Yangcheon #12  (0) 2017.04.12
블로그 이미지

All About 양천

Facebook Page: facebook.com/allabouty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