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은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희 누나랑 추억을 쌓아온 곳이죠. 제가 어지간히 부모님의 속을 썩였는지, 저희 엄마는 제가 대학을 입학할 때 이미 약간의 흰 머리까지 나있었고 앞머리 탈모도 조금 생기셨더라구요. 흰머리는 염색을 하면 되지만, 탈모는 많은 여자 분들께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고 있고 정말 고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어요. 탈모는 아빠에게도 나지 않았는데, 엄마가 저와 누나의 여러 좋지 않은 기억들 때문에 지금까지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계속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어렸을 적 기억이 여러 가지가 생생하네요, 아마도 지금은 서울 내 목동이 아닌 대구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제 인생의 절반을 그 곳에서 지내왔으니, 한편으론 짧게도 느껴지고 또 다르게 보면 길게도 느껴지죠. 제가 4살 때 목동아파트 5단지에서 살았는데, 그때 한번 바퀴벌레가 지나갔어요. 제가 너무 어려서 뭔지도 모르고 “엄마 이거 뭐야?” 하며 신기하게만 바라본 기억도 나요. 정말, 엄마는 잡으라고 얘기를 했지만, 저는 계속 신기하기만 해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결국 놓치고, 참 지금 제가 봐도 너무 애기스럽죠. 저는 외국에서도 살았는데, 제 인생의 절반 조금 안될 정도로 긴 시간을 보냈어요. 브라질에서 3년, 멕시코에서 1년, 부모님께서 현재 일하고 계신 곳이며 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칠레에서 4년 3개월. 총 8년 3개월이죠." 


  "유치원 때의 한 친구도 20대가 된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양천구 목동은 워낙 교육열이 센 지역으로도 유명한 것처럼 저도 학원에 아주 오래 다녔죠. 오죽하면 학원 내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이라는 개념을 저희 스스로 알아차릴 정도니까요. 현재 여러 시간 날 때 마다 예전에 저랑 같은 학원에서 매일 저 옆에 앉았던 저와 친한 친구와 매일같이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참, 하나 정말 신기한 것이, 제가 예전에 목동의 한 학원을 같이 다녔던 아주 친한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그때 그 친구가 아쉽게도 대구로 이사를 갔어요. 근데 운명같이 이젠 지금 제가 대구에 있네요? 처음 이 생각을 해본 순간 약간의 소름이 돋긴 했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면서, 단지 가끔 그 친구가 무얼 하나 그 생각만 드네요. 물론, 그땐 저도 너무 어려서 핸드폰도 없고 결국 이후 연락을 할 수는 없었죠."


  "중학교 2학년을 끝마치고 저는 해외로 떠났죠. 칠레에요. 저는 그때 인천공항에서 누나와 한국 안에서의 마지막 인사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누나는 사실 저보다 4살 많아요, 그리고 성격도 매우 활발하여 평소에 힘 있게 자주 다니죠. 누나는 고등학교 때는 전교 부회장까지 했었어요. 그런 누나와 제 나머지 가족들 간의 마지막 만남이 있던 날, 누나는 펑펑 울었어요. 저는 그때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너무 어렸는지, 한편으론 저를 너무 부려먹었던 누나에게서 이젠 자유로울 수 있겠다 하며 마음속으론 기쁜 생각도 있었고, 한편으론 예전에 날 엄청 부려먹은 이렇게 강한 누나가 왜 울까 하며 의문이 들기도 했죠. 결국 저는 누나에게 평소처럼 인사하고 칠레로 떠나고 말았죠.


  "그런데 말이죠, 인간은 미래를 모르죠? 누나가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 매 방학마다 한국에서 지냈어요. 저의 부족한 영어실력 및 SAT시험까지 준비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누나는 한번 직접 칠레로 와서 부모님을 만났어요. 부모님과 몇 년 만에 보게 되는 거였죠. 오랜만에 본 누나와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며 좋은 기억을 많이 쌓았는데, 저는 그것이 너무 좋았어요. 현재 저는 누나를 긴 시간동안 보지 못했어요. 칠레를 떠나고 한국에 와서 현재 대학교 2학년 1학기에 다니고 있으니, 누나를 못 본 기간이 무려 6년이나 됩니다. 요즘 드는 생각이, 누나와 작별인사를 할 때 제가 어린 초등학생처럼 가만히 있었던 게 좀 후회가 되더군요. 어린 시절, 누나와 많이 싸우기도 하고 또 다시 친해지기도 하고 하던 기억이 있지만, 저와 부모님이 한국을 떠날 때 누나도 저를 한편으론 또 걱정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을 수도 했는데... 아마 누나는 제가 어떻게 변했을까 정말 궁금할 것 같아요."


  "중간중간 휴일이 오면 저는 서울에 가끔 쉬러 올라갑니다. 친척집에서 쉬며 친구도 만나구요. 하지만, 저는 가족들을 매 휴일마다 만나지 못하고, 그들의 목소리만 직접 들으며, 요즘 하루라도 같이 보내지를 못하고 있는게 좀 씁쓸합니다. 매번 친구들을 만나도, 친척들을 만나도, 부모님과 누나를 만날 때보다 어째 느낌이 조금 덜 아쉬워요. 아직 20대 초반인 어린 나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 모두 다 함께 한번 모여서 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제 가슴속에 남아있어요. 사실, 이 생각은 참 오래 전부터 남아 있었죠. 나중에라도 괜찮지만, 더 일찍이 모두 만나면 좋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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